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서평 — 성장이 밀어낸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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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시리즈 · 56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연작소설집
1978년 발표 한국 연작소설 산업화 · 빈곤 · 철거

책 기본 정보

제목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조세희 (1942~2022)
장르 한국 연작소설 (중단편 12편)
발표 1975년 「칼날」부터 1978년 「에필로그」까지 연재, 1978년 6월 단행본(문학과지성사)
주제 산업화, 도시 빈민, 강제철거, 노동, 불평등
독서 적합 고등학생 이상 / 한국 현대사·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

이 책, 한 문장으로

난쟁이 아버지가 쏘아올린 공은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조세희는 그 짧은 포물선 안에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가 누구를 밟고 올라섰는지를 새겨 넣었다. 시대는 바뀌었어도 이 공은 아직 완전히 땅에 닿지 않은 것 같다.

책 소개

조세희는 1942년에 태어나 2022년에 세상을 떠났다. 다작 작가는 아니었다. 이 연작이 그의 대표작이자 사실상 전부다.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시작해 1978년 「에필로그」까지 열두 편을 이어 붙였고, 같은 해 6월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묶었다. 무대는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가상의 판자촌이다. 이곳에 다섯 식구가 산다. 수도 파이프를 고쳐 생계를 잇는 난쟁이 아버지, 인쇄소에 나가는 어머니, 그리고 삼남매 영수와 영호, 영희다. 어느 날 도시는 이들의 판잣집에 철거 계고장을 내민다.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참이다. 입주권이 손에 쥐어지지만 이내 브로커의 손으로 넘어간다. 아버지는 벽돌공장 굴뚝 위에 올라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공을 쏘아올리다 굴뚝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소설은 그것이 사고인지 자살인지 끝내 단정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편들에서 삼남매는 공장 노동자가 되어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세계와 부딪힌다. 성장의 통계 뒤편에 있던 얼굴들을 이 소설은 정면으로 보여준다.

핵심 메시지

MESSAGE 01
성장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추락이 그 밑에 깔려 있다. 난쟁이 아버지의 죽음은 그 대가를 보여준다.
MESSAGE 02
같은 땅에 살아도 언어가 다르면 대화는 어긋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말은 늘 서로를 비켜간다.
MESSAGE 03
난쟁이의 꿈은 달나라였다. 이 땅에서는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유토피아는 늘 여기가 아닌 곳에 있다.
MESSAGE 04
자식들은 아버지의 침묵을 딛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 순응의 세대에서 저항의 세대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 서평 A — 문학적 관점

★★★★★

조세희의 문장은 짧다. 그런데 그 짧음이 예사롭지 않다. 첫 문장부터 그렇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 세 문장이 전부 단정형이다. 수식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세 문장 안에 이미 소설 전체의 정서가 들어 있다.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과 사실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그 일치가 얼마나 잔인한 확인인지를 독자는 뒤늦게 알게 된다. 이 소설의 구성도 특이하다. 열두 편의 중단편을 이어 붙인 연작인데, 화자가 편마다 바뀐다. 영수, 영호, 영희, 그리고 반대편에 선 인물의 시점까지 번갈아 등장한다. 같은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는 이 구조는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같은 사건을 완전히 다르게 경험한다는 사실을 서사 구조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한 정점으로 본다. 사회 고발이 예술적 완성도를 해치지 않은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문장은 절제되어 있고 구조는 치밀하다.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평: 절제된 문장과 다성적 구조가 만든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정점

👤 서평 B — 일반 독자 관점

★★★★☆

이 소설을 교과서에서 발췌로만 읽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전체를 통독한 것은 훨씬 나중이었다. 통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발췌로 읽었을 때보다 훨씬 무겁다는 것이다. 난쟁이 아버지가 굴뚝에서 떨어지는 장면 하나만 알고 있을 때는 그저 슬픈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자식들의 이야기까지 읽으면 슬픔을 넘어 화가 난다.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가족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식들이 떠밀리듯 공장에 들어가고 그곳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짓눌린다. 이 소설이 1970년대 이야기라는 게 가끔 믿기지 않는다. 재개발과 철거, 아파트 입주권을 둘러싼 다툼은 요즘 뉴스에서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이 책을 오래된 소설이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소설로 만든다. 다만 읽는 내내 편하지는 않았다. 화자가 자주 바뀌어서 처음에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렸다. 천천히, 어쩌면 두 번은 읽어야 온전히 들어오는 소설이다.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총평: 편하지 않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화가 나는, 그래서 오래 남는 소설

이런 분께 추천 · 비추천

추천합니다

  • 1970~80년대 한국 산업화·도시 빈민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
  • 사회비판적 리얼리즘 소설을 찾는 분
  • 다양한 화자 시점의 실험적 서사 구조를 좋아하는 분

비추천합니다

  • 가볍고 편안한 독서를 원하는 분
  • 단선적이고 명쾌한 줄거리를 선호하는 분

인상적인 구절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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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사람
김현욱 · 웰그로우연구소(WellGrow Lab) 운영

외국어 학습(영어·러시아어·한국어)과 건강·심리학·공부법을 직접 공부하고 실험하며 기록합니다. 러시아어는 격변화·이동동사처럼 한국인이 특히 막히는 지점을 정리했고, 고전 100권 읽기 서평을 매일 한 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번역기를 돌린 글이 아니라, 배우고 겪은 것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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