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서평 — 이상 사회는 왜 어디에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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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시리즈 · 70편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1516년 발표 정치철학 사상서 이상사회 · 사유재산 · 관용

책 기본 정보

제목 유토피아 (Utopia)
저자 토머스 모어 (1478~1535)
장르 정치철학 사상서 (르네상스 인문주의)
발표 1516년 (라틴어 초판, 벨기에 루뱅에서 출간)
주제 이상 사회, 사유재산 폐지, 종교 관용, 노동과 여가
독서 적합 정치사상·역사에 관심 있는 성인 독자 / 사회사상 입문자

이 책, 한 문장으로

유토피아는 없는 곳이면서 동시에 좋은 곳이다. 토머스 모어는 인클로저로 신음하던 16세기 영국을 비판하며, 사유재산이 없고 누구나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하는 상상의 섬나라를 내놓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 그것이 이 책의 진짜 재미다.

책 소개

토머스 모어는 1478년 런던에서 태어나 법률가이자 인문주의자로 활동하다 훗날 헨리 8세 밑에서 대법관까지 지냈다. 1516년 그는 라틴어로 쓴 <유토피아>를 벨기에 루뱅에서 출간했다. 원제는 <최선의 국가 형태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다. 책은 두 권으로 나뉜다. 1권은 당대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특히 인클로저 운동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지주들이 양모 값을 노려 경작지를 목초지로 바꾸면서 소작농을 내쫓았다. 모어는 이 상황을 “양은 원래 온순한 동물인데, 이 나라에서는 사람까지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문장으로 요약했다. 2권은 여행자 히슬로다에우스가 전하는 가상의 섬나라 유토피아를 그린다. 사유재산이 없고,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하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다.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가 모어가 만든 조어다. 그리스어로 ‘없는 곳(ou-topos)’과 ‘좋은 곳(eu-topos)’을 동시에 가리키는 이중적 언어유희다. 이 작품은 이후 500년간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상사회론의 원형으로 읽혀왔다. 모어는 훗날 헨리 8세의 이혼과 수장령에 반대하다 1535년 반역죄로 처형당했다.

핵심 메시지

MESSAGE 01
사유재산이 있는 한 정의로운 분배는 불가능하다. 유토피아는 사유재산을 완전히 폐지한 사회를 그려 이 명제를 실험한다.
MESSAGE 02
인클로저는 사람을 잡아먹는 짐승이다. 양모 값을 위해 농민을 내쫓는 자본의 논리를 모어는 정면으로 고발한다.
MESSAGE 03
노동은 짧고 여가는 길어야 한다. 하루 여섯 시간 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은 정신의 자유에 쓴다.
MESSAGE 04
믿는 방식이 다르다고 박해할 수 없다. 유토피아는 신을 섬기는 방식이 다른 이들에게도 관용을 원칙으로 삼는다.

🎓 서평 A — 전문가 시각

★★★★★

유토피아는 소설이 아니다. 정치철학 논고에 가깝다. 모어는 라틴어로 썼다. 대상은 당대 유럽 지식인 사회였다. 이 책의 형식부터 봐야 한다. 1권은 현실 비판, 2권은 이상 사회 제시다. 이 이단 구성은 이후 유토피아 문학의 표준이 됐다. 모어 이후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가 모두 이 틀을 따랐다. ‘유토피아’라는 단어 자체가 모어의 창조물이다. 그리스어로 없는 곳과 좋은 곳을 동시에 가리킨다. 이 이중성이 핵심이다. 모어는 사유재산 폐지를 이상으로 제시하면서도 그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화자 히슬로다에우스의 주장에 ‘모어’라는 이름의 인물이 등장해 반박하는 장면도 나온다. 나는 이 이중 구조가 모어의 진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상을 그리되 확신하지는 않았다. 사상사적으로 이 책은 사회주의 이전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전의 공산주의로 읽힌다. 마르크스보다 350년 앞서 사유재산 폐지를 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치는 확고하다. 하루 여섯 시간 노동이라는 구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산업혁명보다 300년 앞서 노동시간 단축을 이상 사회의 조건으로 못박은 셈이다. 다만 노예제를 그대로 두고 여성의 지위를 낮게 그린 대목은 시대의 한계다. 인문주의자 모어조차 그 시대의 자식이었다는 뜻이다. 그 한계까지 포함해서 읽어야 완전한 독법이다.

총평: 서양 정치사상사의 원류, 사상사 공부의 필독서

👤 서평 B — 일반 독자 관점

★★★★☆

처음 이 책을 폈을 때 좀 지루할 거라 예상했다. 500년 전 라틴어 원전이니 당연했다. 그런데 의외로 술술 읽혔다. 특히 1권, 인클로저를 비판하는 대목은 지금 읽어도 생생하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문장은 처음 봤을 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읽고 나니 정확한 표현이었다. 양모 값이 오르니 지주들이 농지를 목초지로 바꾸고 소작농을 내쫓았다는 이야기다. 5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재개발로 밀려나는 사람들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2권 유토피아 사회는 좀 낯설었다. 사유재산이 없고, 다들 비슷한 옷을 입고,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한다는 설정은 완전한 평등 사회이면서 동시에 개성이 없는 사회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라면 저기서 살고 싶을까 자문해봤는데,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대목은 1516년 기준으로 놀라운 발상이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제도 설명이 나열식이라 지루한 구간도 있었다. 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할 수 있다. 그래도 다 읽고 나니 남는 질문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사유재산과 긴 노동시간은 정말 당연한 것인가. 500년 전 사람이 던진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신기했다. 사회 제도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흥미롭지만, 소설적 재미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권하기 어렵다.

총평: 낯설지만 오늘의 질문으로 이어지는 500년 전 사고실험

이런 분께 추천 · 비추천

추천합니다

  • 정치철학·사회사상 고전 입문자
  • 사유재산과 자본의 논리를 근본부터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
  • 서양 정치사상사의 원류를 확인하려는 독자

비추천합니다

  • 소설적 서사와 극적 전개를 기대하는 독자
  • 제도 나열식 서술을 지루하게 느끼는 독자

인상적인 구절

“양은 원래 온순한 동물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서는 양이 사람까지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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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사람
김현욱 · 웰그로우연구소(WellGrow Lab) 운영

외국어 학습(영어·러시아어·한국어)과 건강·심리학·공부법을 직접 공부하고 실험하며 기록합니다. 러시아어는 격변화·이동동사처럼 한국인이 특히 막히는 지점을 정리했고, 고전 100권 읽기 서평을 매일 한 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번역기를 돌린 글이 아니라, 배우고 겪은 것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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