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Gulliver’s Travels
책 정보
| 제목 | 걸리버 여행기 (원제: Gulliver’s Travels) |
|---|---|
| 저자 | 조너선 스위프트 (Jonathan Swift, 1667~1745) |
| 장르 | 풍자소설 · 고전문학 |
| 출판연도 | 1726년 (영국) |
| 참고 | 국내 다수 완역본 출간 (문학동네, 민음사, 현대지성 등) |
어떤 책인가
외과의사 레뮤얼 걸리버가 네 차례 항해에서 겪은 일을 기록한 여행기 형식의 소설이다. 1부에서 걸리버는 키 15센티미터 소인들의 나라 릴리퍼트에 표류한다. 2부에서는 반대로 거인들의 나라 브롭딩낵에서 자신이 소인이 된다. 3부에서는 하늘에 떠 있는 섬 라퓨타와 그 주변국을 떠돌며 헛된 학문에 빠진 지식인들을 만나고, 4부에서는 이성적인 말[馬]들의 나라 휴이넘에 도착해 인간을 닮은 야만적 짐승 ‘야후’와 마주한다.
동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작은 동화가 아니다. 당대 영국 정치와 인간 본성 전체를 겨냥한, 영문학사에서 가장 신랄한 풍자소설이다.
핵심 메시지
풍자는 어렵다. 화를 내면 격문이 되고, 비꼬기만 하면 야유가 된다. 스위프트는 이 어려운 일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해냈다. 그가 고른 무기는 ‘시치미’다. 걸리버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다. 소인국 황제의 벼슬 임명 방식이 줄타기 시합이라는 것을, 그는 화내지 않고 공무원의 보고서처럼 담담하게 기록한다. 분노는 작가가 아니라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것이 이 소설이 300년을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성도 정교하다. 1부와 2부는 거울처럼 마주 본다. 거인 걸리버가 소인들의 전쟁을 내려다보며 느낀 우월감은, 2부에서 거인국 왕이 걸리버의 영국 자랑을 듣고 던지는 경멸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같은 인간이 보는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영웅담이 추문이 된다. 이 대칭 구조 위에서 3부가 지식을, 4부가 인간 존재 자체를 차례로 해체한다. 점층법으로 쌓아 올린 풍자의 설계도라 할 만하다.
다만 3부는 당대의 시사 풍자가 짙어서 현대 독자에게는 과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각주가 충실한 완역본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고백하자면 나도 이 책을 어린이용 동화로 알고 있던 사람이다. 소인국에서 밧줄에 묶인 거인 그림, 거기까지가 내가 아는 걸리버였다. 완역본을 펼치면 다른 책이 나온다. 훨씬 거칠고, 훨씬 웃기고, 마지막에는 꽤 서늘하다.
의외로 술술 읽힌다. 항해기 형식이라 사건이 끊이지 않고, 소인국과 거인국의 상상력은 지금 봐도 영화적이다. 걸리버가 거인국 시녀들의 장난감 취급을 받는 대목이나, 오줌으로 왕궁의 불을 꺼서 처벌 위기에 몰리는 대목에서는 소리 내어 웃었다. 고전이 어렵다는 선입견은 적어도 이 책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3부에서는 속도가 떨어진다. 18세기 영국 학계를 모르면 웃음의 절반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부에서 책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올라간다. 말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인간이 가축 취급을 받는 설정은 불쾌하고, 불쾌해서 잊히지 않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걸리버가 가족의 냄새조차 견디지 못하는 마지막 장면은, 모험담의 결말이 아니라 한 인간이 인류에게 내미는 절교 선언이다. 덮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분께 추천 / 비추천
- 정치 뉴스에 지쳐서, 화내는 대신 웃으면서 정치를 비판하는 법을 보고 싶은 분
-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소설로 만나고 싶은 분
- 고전 입문자 — 사건 중심이라 첫 고전으로 부담이 적다
- 유쾌한 모험 동화를 기대하는 분 — 원작은 어린이책이 아니다
- 인간에 대한 냉소가 부담스러운 분 — 4부는 꽤 독하다
- 축약본으로 때우려는 분 — 풍자가 빠진 걸리버는 껍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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